태어나서 단 한 번도 스스로가 외향인인지 내향인인지 헷갈려 본 경험이 없다.
학창시절 같이 다니는 친구 규모는 3인을 벗어난 적이 없으며, MBTI 테스트를 하면 내향형이 90% 나오는, 그야말로 ‘찐’ 내향인이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현재는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있다. 내향인인 내가 매일매일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과 부딪히는 일을 업으로 삼게 된 것이다.
내향형 90%인 나는 어쩌다 서비스업에 종사하게 되었을까
계기는 단순했다. 기후위기가 다른 세상 이야기가 아닌 내 이야기라는 걸 깨달은 이후로부터 지속가능한 라이프스타일을 지향하기 시작했고, 마침 내가 살고 있는 도시에 지속가능한 삶을 키워드로 한 스몰 브랜드가 있어서 자연스레 커리어로 삼게 되었다.
하지만 오프라인 공간이 있는 브랜드의 특성상 접객은 필수였다. 사실 첫 발을 디딜 땐 많이 망설였다. 번화가에만 다녀와도 기가 쪽 빠지고, 하물며 친한 친구들과의 약속도 퐁당퐁당 원칙-하루 걸러 하루 약속을 잡는 것-을 지켜야 하는 내가 불특정 다수의 손님을 매일, 그것도 좋은 텐션으로 맞이할 수 있을까?
하지만 모든 것은 걱정만 한다고 알 수 없는 법. 나는 일단 그냥 부딪혀 보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나는 살면서 단 1초도 고민해 본 적이 없었던 서비스직 종사자가 되었다.
나의 첫 일터! 나와 지구에게 조금 더 다정한 삶의 방식을 제안하는 브랜드, 더커먼
“나한테 1시간만 시간을 줘.”
생각보다 사람을 대하는 일은 재미가 있었다. 사실 내가 일하고 있는 곳은 유독 이해심이 깊고 다정한 손님들이 대부분이어서 서비스업에도 레벨이 있다면, LV.0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렇게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아무리 가족과 친한 친구여도 매일 부대끼기 힘들어하는 사람이 바로 내향인. 일하기 시작한 초반에는 집에 오면 함께 살고 있는 가족에게 “나 1시간 동안만 좀 가만히 있을게..” 하며 방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는 했다.
또 나는 처음 사회에 발을 딛는 것이었기 때문에, 작은 사회인 학교에서 종종 ‘어렵다’는 감정을 느꼈던 기억 때문에 직종을 떠나 ‘사회 생활 자체를 잘 할 수 있을까?’가 걱정이기도 했다. 대체로 우리가 생각하는 일 잘 하는 사회인이라 함은 모름지기 회식에서도 잘 어울리고, 넉살 좋은, 그런 외향인에 가까우니깐 말이다. 하지만 나는 아주 다행히 규모가 작고, 구성원들의 관심사와 나이대가 비슷하고 다정한 일터를 만나게 되어 비교적 사회에서 내향인이 겪는 어려움은 적은 편이다.
서비스직이라서 느낄 수 밖에 없는 내향인으로서의 피로도 물론 있지만, 동료들에게서 에너지가 뺏기지 않는다는 점이 만나 내향인으로서의 힘듦이 조금 상쇄되는 일터를 내가 나도 모르게 잘 골라간 것이다. (요즘은 심지어 동료들에게서 에너지를 얻고 있다. 이런 나, 제법 외향인일지도..)
사람들과의 네트워킹도 이제는 꽤나 자연스러워졌다.
Q. 그래서, 앞으로도 계속 서비스직으로 일할 건가요? A. 음..
여전히 초년생에 불과하지만 사람을 많이 대하는 일을 하면서 느낀 뚜렷한 장점이 두 가지 있다.
첫째, 사람들의 피드백을 즉각적으로 느낄 수 있다.
“공간이 너무 좋아요!”, “너무 맛있게 먹었어요!” 라고 표현해주시는 분들이 종종 계신데, 나의 노동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을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나에게 일은 생계수단이기도 하지만, 가치 실현의 도구이기도 하기 때문에 이 점은 나에게 분명히 매력적이다. 물론 많은 다른 일들도 다 기여하는 바가 제각각 있겠지만, 내가 생각했을 때 서비스업의 경우는 내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의 반응을 즉각적으로 볼 수 있어 “아, 내가 이런 일을 하고 있구나!” 를 또렷하게 느낄 수 있다.
둘째, 다양한 삶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어찌됐건 손님을 맞이하는 직업이다 보니, 불특정 다수의 다양한 스펙트럼의 삶을 관찰할 수 있다. 특히나 이 점은 나처럼 인간관계가 넓지 않은 내향인에게는 많은 도움이 된다. 살면서 늘 소수정예 친구들만 사귀어 왔기 때문에, 여러가지 모습의 삶의 형태를 관찰하기에는 양적인 한계가 있다. 이 일을 하지 않았다면 ‘다른 삶’에 대한 시야가 이렇게까지 넓어질 수 있었을까? 생각이 든다.
그래서, 앞으로도 서비스직으로 계속 일할거냐고 묻는다면? 육체적 체력이 허락한다면.. yes! 이제 제법 사람의 홍수 속에서 나를 지켜내는 요령도 터득했고, 앞서 말한 장점들과 더불어 서비스업에 종사하며 내 안에 잠재되어 있던 외향성(아주 극미량이지만)을 끌어낼 수 있어 나에게는 좋은 점들을 가져다 주고 있다.
그래서 혹시 서비스직을 고민하고 계신 내향인들이 있다면..
적극적인 용기와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있는 사람이 존재함을 말해주고 싶다.
내향인들이여, 화이팅!
👩🏻💻 저자 | 여름
스몰브랜드 워커. 불완전함을 정체성으로 살아가는 사람.
일상을 매개로 불완전한 삶에 대한 이야기를 @yeoreum.siktak 에서 전하고 있습니다.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스스로가 외향인인지 내향인인지 헷갈려 본 경험이 없다.
학창시절 같이 다니는 친구 규모는 3인을 벗어난 적이 없으며, MBTI 테스트를 하면 내향형이 90% 나오는, 그야말로 ‘찐’ 내향인이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현재는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있다. 내향인인 내가 매일매일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과 부딪히는 일을 업으로 삼게 된 것이다.
내향형 90%인 나는 어쩌다 서비스업에 종사하게 되었을까
계기는 단순했다. 기후위기가 다른 세상 이야기가 아닌 내 이야기라는 걸 깨달은 이후로부터 지속가능한 라이프스타일을 지향하기 시작했고, 마침 내가 살고 있는 도시에 지속가능한 삶을 키워드로 한 스몰 브랜드가 있어서 자연스레 커리어로 삼게 되었다.
하지만 오프라인 공간이 있는 브랜드의 특성상 접객은 필수였다. 사실 첫 발을 디딜 땐 많이 망설였다. 번화가에만 다녀와도 기가 쪽 빠지고, 하물며 친한 친구들과의 약속도 퐁당퐁당 원칙-하루 걸러 하루 약속을 잡는 것-을 지켜야 하는 내가 불특정 다수의 손님을 매일, 그것도 좋은 텐션으로 맞이할 수 있을까?
하지만 모든 것은 걱정만 한다고 알 수 없는 법. 나는 일단 그냥 부딪혀 보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나는 살면서 단 1초도 고민해 본 적이 없었던 서비스직 종사자가 되었다.
나의 첫 일터! 나와 지구에게 조금 더 다정한 삶의 방식을 제안하는 브랜드, 더커먼
“나한테 1시간만 시간을 줘.”
생각보다 사람을 대하는 일은 재미가 있었다. 사실 내가 일하고 있는 곳은 유독 이해심이 깊고 다정한 손님들이 대부분이어서 서비스업에도 레벨이 있다면, LV.0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렇게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아무리 가족과 친한 친구여도 매일 부대끼기 힘들어하는 사람이 바로 내향인. 일하기 시작한 초반에는 집에 오면 함께 살고 있는 가족에게 “나 1시간 동안만 좀 가만히 있을게..” 하며 방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는 했다.
또 나는 처음 사회에 발을 딛는 것이었기 때문에, 작은 사회인 학교에서 종종 ‘어렵다’는 감정을 느꼈던 기억 때문에 직종을 떠나 ‘사회 생활 자체를 잘 할 수 있을까?’가 걱정이기도 했다. 대체로 우리가 생각하는 일 잘 하는 사회인이라 함은 모름지기 회식에서도 잘 어울리고, 넉살 좋은, 그런 외향인에 가까우니깐 말이다. 하지만 나는 아주 다행히 규모가 작고, 구성원들의 관심사와 나이대가 비슷하고 다정한 일터를 만나게 되어 비교적 사회에서 내향인이 겪는 어려움은 적은 편이다.
서비스직이라서 느낄 수 밖에 없는 내향인으로서의 피로도 물론 있지만, 동료들에게서 에너지가 뺏기지 않는다는 점이 만나 내향인으로서의 힘듦이 조금 상쇄되는 일터를 내가 나도 모르게 잘 골라간 것이다. (요즘은 심지어 동료들에게서 에너지를 얻고 있다. 이런 나, 제법 외향인일지도..)
사람들과의 네트워킹도 이제는 꽤나 자연스러워졌다.
Q. 그래서, 앞으로도 계속 서비스직으로 일할 건가요? A. 음..
여전히 초년생에 불과하지만 사람을 많이 대하는 일을 하면서 느낀 뚜렷한 장점이 두 가지 있다.
첫째, 사람들의 피드백을 즉각적으로 느낄 수 있다.
“공간이 너무 좋아요!”, “너무 맛있게 먹었어요!” 라고 표현해주시는 분들이 종종 계신데, 나의 노동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을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나에게 일은 생계수단이기도 하지만, 가치 실현의 도구이기도 하기 때문에 이 점은 나에게 분명히 매력적이다. 물론 많은 다른 일들도 다 기여하는 바가 제각각 있겠지만, 내가 생각했을 때 서비스업의 경우는 내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의 반응을 즉각적으로 볼 수 있어 “아, 내가 이런 일을 하고 있구나!” 를 또렷하게 느낄 수 있다.
둘째, 다양한 삶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어찌됐건 손님을 맞이하는 직업이다 보니, 불특정 다수의 다양한 스펙트럼의 삶을 관찰할 수 있다. 특히나 이 점은 나처럼 인간관계가 넓지 않은 내향인에게는 많은 도움이 된다. 살면서 늘 소수정예 친구들만 사귀어 왔기 때문에, 여러가지 모습의 삶의 형태를 관찰하기에는 양적인 한계가 있다. 이 일을 하지 않았다면 ‘다른 삶’에 대한 시야가 이렇게까지 넓어질 수 있었을까? 생각이 든다.
그래서, 앞으로도 서비스직으로 계속 일할거냐고 묻는다면? 육체적 체력이 허락한다면.. yes! 이제 제법 사람의 홍수 속에서 나를 지켜내는 요령도 터득했고, 앞서 말한 장점들과 더불어 서비스업에 종사하며 내 안에 잠재되어 있던 외향성(아주 극미량이지만)을 끌어낼 수 있어 나에게는 좋은 점들을 가져다 주고 있다.
그래서 혹시 서비스직을 고민하고 계신 내향인들이 있다면..
적극적인 용기와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있는 사람이 존재함을 말해주고 싶다.
내향인들이여, 화이팅!
👩🏻💻 저자 | 여름
스몰브랜드 워커. 불완전함을 정체성으로 살아가는 사람.
일상을 매개로 불완전한 삶에 대한 이야기를 @yeoreum.siktak 에서 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