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회고를 잘 하는 사람이라고 착각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매일 자려고 누우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과 생각들이 자연스럽게 진행되었어요. ‘오전 회의 때 이 말을 괜히 했나?’, ‘아까 팀원의 표정이 좋지 않았는데..’, ‘나는 왜 이 정도 밖에 안되지?’ 등의 문장이 저를 따라다녔습니다.
매일 밤, 매서운 눈으로 오늘 하루의 행동과 말투, 표정을 검열합니다. ‘왜 그랬지,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스스로를 다그치죠. 회고는 내가 했던 무언가를 돌아보고 건설적인 방향으로 계획을 세우는 것이라면, 자기 검열은 그저 나무라고 실망하며 다그치기만 합니다. 저는 착각하고 있었어요. 내가 회고를 잘하는 건강한 사람이라고 말입니다.
우리는 특히 모든 문제의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으려는 경향이 있다. (..) 남들의 비난을 받는 불쾌한 경험보다 차라리 자기 자신을 탓하는 편이 낫기 때문이다.
- 센서티브, 일자 샌드 -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친구들 사이의 갈등도 내 잘못이다 생각하고 먼저 미안하다고 해야 마음이 편합니다. 갈등이 오래 지속되는 것이 더 괴롭기 때문이죠. 불편한 장면을 마주해서 힘들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싫은 소리를 하느니 그냥 제가 조금 더 힘들거나 아픈게 낫다고 생각해요. 문제의 원인도, 해결 방안도 저에게서 찾아봅니다. 이런 시간들이 쌓이면 타인의 마음과 감정이 우선순위에 놓이고 나를 돌보는 일은 우선순위에서 멀어지게 됩니다. 제가 그랬습니다.
번아웃을 크게 맞으면서 즐거웠던 일이 더 이상 즐겁지 않고, 마냥 쉬고 싶고, 컨디션도 안 좋고, 늘 소화불량 아니면 두통을 달고 살면서 이렇게 살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그 때 헤르만헤세의 문장을 만났습니다.
우리는 모두 고유한 존재다. 독특하고 특별하고 유일하다. 우리의 인생에는 세상에 담겨있다. 모든 인생은 소중하고, 신성하고, 영원하다. 어떻게든 살아내서 자연의 섭리를 완주하는 한, 모든 인생은 훌륭하고 존중받아 마땅하다.
-인생의 해석, 헤르만헤세-
문장을 여러 번 읽으면서 생각했습니다. 나는 고유한 존재인데, 왜 나를 돌보는 일에는 무심할까.
소중한 가족이나 아끼는 친구에겐 지적하고 다그치지 않아요. 최대한 다정하고 상처받지 않을 수 있도록 고민하고 말하죠. 하지만 정작 제 자신에겐 다정하지도, 응원해주지도 않고 높은 잣대로 검열만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남들에게 신경써주는 것만큼 나를 조금 더 신경쓰고 배려하면 지금보다는 덜 힘들 수 있겠다는 생각에 나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찾았습니다.
1. 산책을 통해 환기시키기
저는 산책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특히, 기분이 안 좋은 일이 생기거나 마음이 상했을 때에는 무작정 나가서 걸어요. 바깥 공기를 마시고, 하늘을 올려다 보고,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도 느껴보고, 살랑이는 바람과 함께 천천히 걷다보면 내 안에 불순물들이 밖으로 빠져나가는 기분이 듭니다. 천천히 걷다보면 격한 감정이 가라앉고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데 도움이 돼요.
흔들리는 그네 의자에 멍하니 앉아있으면 고요하지만 새소리, 나뭇잎이 바람에 스치는 소리 같이 평소에 집중하지 못했던 소리가 들리고 풍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산책을 하거나 ‘멍의 시간'을 가지고 나면 검열하고 지적했던 불편한 시선은 자연스럽게 사라져요. 생각을 비우고 마음도 비우고 고요함에 집중하면 나를 더 잘 살펴볼 수 있어요.
점심 시간, 마음이 답답할 때 걸었던 회사 앞 공원 길
2. 나에게 ‘즉각적인 위로’ 해주기
좋아하는 김민철 작가님의 책에서 ‘즉각적인 위로'라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나는 회사 근무시간에도 인간에 대한 환멸이 느껴지는 순간이면 종종 편의점으로 달려가 1,000원짜리 스트링 치즈를 산다. 그걸 양손으로 비비며 말랑말랑하게 만들어서 결결이 찢어먹으며 회사 뒷골목을 걷다가 돌아온다. 큰 위로는 아니지만 즉각적인 위로다. 꼭 필요한 순간, 꼭 필요한 강도의 위로다.
- 치즈 맛이 나니까 치즈 맛이 난다고 했을 뿐인데, 김민철 -
회사에서 혼이 나거나 화가 날 때, 스스로의 부족함으로 내가 싫어질 때는 자리를 박차고 건물 밖으로 나갑니다. 5분만 걸어도 감정이 조금 가라앉는 느낌이 듭니다. 너무 바빠서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할 때에는 좋아하는 핸드크림이나 오일의 향을 맡거나 음악을 들으며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해요. 좋아하는 것들을 나에게 붙여주면 신기하게도 일렁이던 감정들이 조금씩 가라앉아 감정적인 대처를 하지 않게 됩니다.
좋아하는 문구와 그림을 붙여두고 마음이 복잡할 때 읽어보고 멍하니 바라본다.
‘즉각적인 위로'를 어떻게 만드는지 궁금하신가요?
별거 없습니다. 좋아하는 것들을 가까이두세요. 아주 작은 것이라도 좋습니다. 좋아하는 캐릭터의 피규어를 모니터 밑에 두거나 좋아하는 풍경의 사진이나 엽서, 그림 등을 파티션에 붙여 놓은 것도 좋아요.
김민철 작가님처럼 좋아하는 간식도 추천합니다. 저는 오트라떼, 콜라맛 젤리의 도움을 종종 받아요. 좋아하는 것을 나에게 처방함으로 나를 검열하고 탓하기 보다는 부정적인 감정을 다스리고 보살펴주는 것을 우선적으로 해봅니다.
건설적인 회고를 한다면 부족한 부분을 개선하고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다만, 모든 잘못을 내 탓으로 돌리는 자기검열은 이제 그만하기로해요. 끊임없는 생각의 굴레를 벗어나 산책을 통해 환기시키고, 즉각적인 위로를 통해 나 스스로를 소중하게 잘 돌보도록 해요.
여러분의 ‘즉각적인 위로'는 무엇인가요?
👩🏻💻 저자 소개 : 소하
사람을 좋아하는 내향인입니다. 내향인이 잘 사는 방법을 찾아 나누는 것을 좋아해요. 밑미의 ‘모닝 글쓰기’ 모임을 이끌며 함께하는 기쁨을 느끼고 있습니다. 산책, 글쓰기, 자연을 좋아하고, 사람들의 반짝이는 순간을 발견해 다정한 응원을 건네는 것을 좋아합니다.
👉🏻소하님의 인스타 : @dearmyday_scene
👉🏻소하님의 브런치 : <예민내향러의 나 사용 설명서>
스스로 회고를 잘 하는 사람이라고 착각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매일 자려고 누우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과 생각들이 자연스럽게 진행되었어요. ‘오전 회의 때 이 말을 괜히 했나?’, ‘아까 팀원의 표정이 좋지 않았는데..’, ‘나는 왜 이 정도 밖에 안되지?’ 등의 문장이 저를 따라다녔습니다.
매일 밤, 매서운 눈으로 오늘 하루의 행동과 말투, 표정을 검열합니다. ‘왜 그랬지,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스스로를 다그치죠. 회고는 내가 했던 무언가를 돌아보고 건설적인 방향으로 계획을 세우는 것이라면, 자기 검열은 그저 나무라고 실망하며 다그치기만 합니다. 저는 착각하고 있었어요. 내가 회고를 잘하는 건강한 사람이라고 말입니다.
우리는 특히 모든 문제의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으려는 경향이 있다. (..) 남들의 비난을 받는 불쾌한 경험보다 차라리 자기 자신을 탓하는 편이 낫기 때문이다.
- 센서티브, 일자 샌드 -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친구들 사이의 갈등도 내 잘못이다 생각하고 먼저 미안하다고 해야 마음이 편합니다. 갈등이 오래 지속되는 것이 더 괴롭기 때문이죠. 불편한 장면을 마주해서 힘들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싫은 소리를 하느니 그냥 제가 조금 더 힘들거나 아픈게 낫다고 생각해요. 문제의 원인도, 해결 방안도 저에게서 찾아봅니다. 이런 시간들이 쌓이면 타인의 마음과 감정이 우선순위에 놓이고 나를 돌보는 일은 우선순위에서 멀어지게 됩니다. 제가 그랬습니다.
번아웃을 크게 맞으면서 즐거웠던 일이 더 이상 즐겁지 않고, 마냥 쉬고 싶고, 컨디션도 안 좋고, 늘 소화불량 아니면 두통을 달고 살면서 이렇게 살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그 때 헤르만헤세의 문장을 만났습니다.
우리는 모두 고유한 존재다. 독특하고 특별하고 유일하다. 우리의 인생에는 세상에 담겨있다. 모든 인생은 소중하고, 신성하고, 영원하다. 어떻게든 살아내서 자연의 섭리를 완주하는 한, 모든 인생은 훌륭하고 존중받아 마땅하다.
-인생의 해석, 헤르만헤세-
문장을 여러 번 읽으면서 생각했습니다. 나는 고유한 존재인데, 왜 나를 돌보는 일에는 무심할까.
소중한 가족이나 아끼는 친구에겐 지적하고 다그치지 않아요. 최대한 다정하고 상처받지 않을 수 있도록 고민하고 말하죠. 하지만 정작 제 자신에겐 다정하지도, 응원해주지도 않고 높은 잣대로 검열만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남들에게 신경써주는 것만큼 나를 조금 더 신경쓰고 배려하면 지금보다는 덜 힘들 수 있겠다는 생각에 나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찾았습니다.
1. 산책을 통해 환기시키기
저는 산책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특히, 기분이 안 좋은 일이 생기거나 마음이 상했을 때에는 무작정 나가서 걸어요. 바깥 공기를 마시고, 하늘을 올려다 보고,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도 느껴보고, 살랑이는 바람과 함께 천천히 걷다보면 내 안에 불순물들이 밖으로 빠져나가는 기분이 듭니다. 천천히 걷다보면 격한 감정이 가라앉고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데 도움이 돼요.
흔들리는 그네 의자에 멍하니 앉아있으면 고요하지만 새소리, 나뭇잎이 바람에 스치는 소리 같이 평소에 집중하지 못했던 소리가 들리고 풍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산책을 하거나 ‘멍의 시간'을 가지고 나면 검열하고 지적했던 불편한 시선은 자연스럽게 사라져요. 생각을 비우고 마음도 비우고 고요함에 집중하면 나를 더 잘 살펴볼 수 있어요.
점심 시간, 마음이 답답할 때 걸었던 회사 앞 공원 길
2. 나에게 ‘즉각적인 위로’ 해주기
좋아하는 김민철 작가님의 책에서 ‘즉각적인 위로'라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나는 회사 근무시간에도 인간에 대한 환멸이 느껴지는 순간이면 종종 편의점으로 달려가 1,000원짜리 스트링 치즈를 산다. 그걸 양손으로 비비며 말랑말랑하게 만들어서 결결이 찢어먹으며 회사 뒷골목을 걷다가 돌아온다. 큰 위로는 아니지만 즉각적인 위로다. 꼭 필요한 순간, 꼭 필요한 강도의 위로다.
- 치즈 맛이 나니까 치즈 맛이 난다고 했을 뿐인데, 김민철 -
회사에서 혼이 나거나 화가 날 때, 스스로의 부족함으로 내가 싫어질 때는 자리를 박차고 건물 밖으로 나갑니다. 5분만 걸어도 감정이 조금 가라앉는 느낌이 듭니다. 너무 바빠서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할 때에는 좋아하는 핸드크림이나 오일의 향을 맡거나 음악을 들으며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해요. 좋아하는 것들을 나에게 붙여주면 신기하게도 일렁이던 감정들이 조금씩 가라앉아 감정적인 대처를 하지 않게 됩니다.
좋아하는 문구와 그림을 붙여두고 마음이 복잡할 때 읽어보고 멍하니 바라본다.
‘즉각적인 위로'를 어떻게 만드는지 궁금하신가요?
별거 없습니다. 좋아하는 것들을 가까이두세요. 아주 작은 것이라도 좋습니다. 좋아하는 캐릭터의 피규어를 모니터 밑에 두거나 좋아하는 풍경의 사진이나 엽서, 그림 등을 파티션에 붙여 놓은 것도 좋아요.
김민철 작가님처럼 좋아하는 간식도 추천합니다. 저는 오트라떼, 콜라맛 젤리의 도움을 종종 받아요. 좋아하는 것을 나에게 처방함으로 나를 검열하고 탓하기 보다는 부정적인 감정을 다스리고 보살펴주는 것을 우선적으로 해봅니다.
건설적인 회고를 한다면 부족한 부분을 개선하고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다만, 모든 잘못을 내 탓으로 돌리는 자기검열은 이제 그만하기로해요. 끊임없는 생각의 굴레를 벗어나 산책을 통해 환기시키고, 즉각적인 위로를 통해 나 스스로를 소중하게 잘 돌보도록 해요.
여러분의 ‘즉각적인 위로'는 무엇인가요?
👩🏻💻 저자 소개 : 소하
사람을 좋아하는 내향인입니다. 내향인이 잘 사는 방법을 찾아 나누는 것을 좋아해요. 밑미의 ‘모닝 글쓰기’ 모임을 이끌며 함께하는 기쁨을 느끼고 있습니다. 산책, 글쓰기, 자연을 좋아하고, 사람들의 반짝이는 순간을 발견해 다정한 응원을 건네는 것을 좋아합니다.
👉🏻소하님의 인스타 : @dearmyday_scene
👉🏻소하님의 브런치 : <예민내향러의 나 사용 설명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