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몇 사람의 시선이 느껴지기만 해도 얼굴부터 빨개지는 저는 천상 내향인입니다.
소심하고 예민한 성향 탓에 많은 사람과 부대끼는 것을 버거워하지요. 그래서 일찍부터 생각했습니다. 수많은 관계가 얽힌 조직생활은 저와 맞지 않는다고요. 그런 저도 생계 앞에선 별 도리가 없어 뒤늦은 나이에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리고 운 좋게 이름난 중견 기업에서 합격 통보를 받았지요.
이제는 나도 어엿한 직장인이구나, 설레는 마음으로 출근한 첫날. 저는 직감했습니다. 이곳은 제가 있을 곳이 아니란 사실을요. 내향인의 장점 중 하나는 섬세한 직관과 높은 자기 이해입니다. 저는 낯선 사람을 만나거나 낯선 장소에 가면 이 사람과 장소가 저와 잘 맞을지, 아닌지를 예리하게 캐치해냅니다. 이 직감은 대개 틀린 적이 없지요. 아니나 다를까, D기업 마케팅팀에서의 직장 생활은 갑갑하고 우울했습니다. 판매 전략이라느니, 매출 증대와 같은 단어들이 저와는 전혀 관계없는 것처럼 느껴지더군요. 한숨과 눈물로 하루하루를 버티던 어느 날 저는 도망치듯 사무실을 뛰쳐나왔습니다. 1년도 못 채운 첫 직장 생활은 그렇게 쫒기듯 막을 내리고 말았지요.
나 같은 극내향인은 직장 생활과 맞지 않는걸까?
첫 직장에서 도망치듯 퇴사한 이후 저는 몇 날 며칠을 자책하며 고민했습니다. 1년 남짓한 고민과 방황의 시간은 그렇게 시작되었지요. 나 같은 사람은 직장 생활과 맞지 않는 걸까. 그렇다면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하나. 내향인 특유의 ‘나 자신의 대화’가 끝도 모르고 이어졌습니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고민에 몸도 마음도 지쳐갈 무렵. 어느 날 우연히 한 채용 공고를 발견했습니다. 인문학을 지원하는 공익 재단에서 연구원을 구한다는 채용 공고.⚡️그 순간 머릿속에 벼락같은 섬광이 스쳤습니다. 내가 왜 기업에서만 일해야 한다고 생각했을까? 평소 관심 있었던 인문학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일, 특정 기업의 이익이 아닌 공익을 위한 일이 저와 잘 맞을 거라는 생각이 빠르게 스쳐 갔습니다.
면접을 보기 위해 재단 사무실에 방문한 그날을 저는 지금까지 잊지 못합니다. 클래식 음악이 잔잔히 흐르고 책이 빼곡히 쌓인 사무실에 들어선 순간 바로 여기가 제가 있을 곳이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지요. 이 확신은 8년간 저를 이곳에 머물게 하고 있습니다.
ㅡㅡㅡ
찐 내향인에게 행복한 직장은 어떤 곳일까?
이곳 공익재단에서 저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행복한 직장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이 말이 과장처럼 들리겠지만 정말로 그러합니다. 빨리 출근하고 싶어 주말이 지겹게 느껴질 정도였으니까요. 아마도 제 몸에 꼭 맞는 옷을 찾은 탓이었겠지요. 그렇기에 첫 직장보다 낮은 급여와 다소 열악한 근무 조건은 전혀 단점처럼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천성에 맞는 일이란 게 바로 이런 거구나, 체감했지요.
혹시 저와 비슷한 찐내향인들이 있지 않을까 짐작해봅니다. 수많은 사람과 얽힌 직장 생활이 버거워 오늘도 잠 못들고 고민하는 내향인들이요. 찐내향인들에게 잘 맞는 직장을 찾는 데 도움이 될까 싶어 제게 잘 맞았던 직장 특성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1. 마음 맞는 소규모의 인원과 일하는 직장 👥
저는 사람 많은 곳에 가면 소위 기가 빨립니다. 수백 명의 사람들이 모인 빡빡한 사무실은 보기만 해도 질려버리고 말지요. 반면 현재 일하는 직장은 15명 내외의 소규모 단체입니다. 그만큼 사무실도 조용하고 아담하고요. 가치관이 잘 맞는 소규모 그룹과 일하는 환경은 내향인인 제게 직장 내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덜어줍니다.
2. 일하는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직무환경 ✨
내향인의 특징 중 하나는 끊임없이 의미를 추구한다는 점일 겁니다. 저 또한 그렇다는 것을, 1년간의 방황을 통해 깨달았습니다. 제게 직장은 단순한 밥벌이가 아니라 일하는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합니다. 그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 직장은 아무리 연봉을 많이 준대도 마음이 가질 않더군요. 사회공헌 목적으로 설립된 이곳은 특정 기업이 아니라 공익을 위해 일한다는 점이 제게 큰 의미로 다가옵니다. 일하는 의미를 발견한 이는 그 일을 손에서 쉽게 놓을 수 없는 법입니다.
3. 혼자 일하는 시간과 공간, 자율성이 보장된 근무환경 😇
저는 일할 때 혼자 생각할 시간이 충분히 주어지고, 자율성이 보장된 환경을 선호합니다. 예컨대 마이크로 매니징하는 상사는 저와 최악의 궁합이지요. 이곳은 각 직원이 PM으로 일을 합니다. 각자가 자율적으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운영하지요. 프로젝트 일정도 PM이 조율하는지라 혼자서 연구하고 생각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필요하다면 PM의 판단하에 외부에서 일할 수 있어 혼자 일하는 공간도 확보할 수 있지요. PM의 자율성을 인정받으면서 혼자 일하는 시간과 공간이 확보된 환경은 제게 긴장감을 덜어주고 편안함을 안겨주었습니다.
기나긴 방황을 거쳐 결국엔 제 몸에 꼭 맞는 직장을 찾았듯이 찐 내향인들 각자가 행복할 수 있는 밥벌이를 찾았으면 합니다. 누구에게나 자신에게 맞는 자리가 있는 법이니까요. 우리 내향인들의 밥벌이가 행복하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 저자 : 북냥이
사람 많은 곳에 가면 기부터 빨리는 찐내향인 입니다. 어릴 때는 내향적인 성격이 맘에 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내향인의 장점이 빛을 발한다는 걸 깨닫고 있습니다. 현재는 찐내향인인 제 모습을 인정하며 저의 성향과 맞는 직장에서 행복한 밥벌이를 하고 있습니다.
👉🏻 브런치 : https://brunch.co.kr/@gohansong
몇몇 사람의 시선이 느껴지기만 해도 얼굴부터 빨개지는 저는 천상 내향인입니다.
소심하고 예민한 성향 탓에 많은 사람과 부대끼는 것을 버거워하지요. 그래서 일찍부터 생각했습니다. 수많은 관계가 얽힌 조직생활은 저와 맞지 않는다고요. 그런 저도 생계 앞에선 별 도리가 없어 뒤늦은 나이에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리고 운 좋게 이름난 중견 기업에서 합격 통보를 받았지요.
이제는 나도 어엿한 직장인이구나, 설레는 마음으로 출근한 첫날. 저는 직감했습니다. 이곳은 제가 있을 곳이 아니란 사실을요. 내향인의 장점 중 하나는 섬세한 직관과 높은 자기 이해입니다. 저는 낯선 사람을 만나거나 낯선 장소에 가면 이 사람과 장소가 저와 잘 맞을지, 아닌지를 예리하게 캐치해냅니다. 이 직감은 대개 틀린 적이 없지요. 아니나 다를까, D기업 마케팅팀에서의 직장 생활은 갑갑하고 우울했습니다. 판매 전략이라느니, 매출 증대와 같은 단어들이 저와는 전혀 관계없는 것처럼 느껴지더군요. 한숨과 눈물로 하루하루를 버티던 어느 날 저는 도망치듯 사무실을 뛰쳐나왔습니다. 1년도 못 채운 첫 직장 생활은 그렇게 쫒기듯 막을 내리고 말았지요.
나 같은 극내향인은 직장 생활과 맞지 않는걸까?
첫 직장에서 도망치듯 퇴사한 이후 저는 몇 날 며칠을 자책하며 고민했습니다. 1년 남짓한 고민과 방황의 시간은 그렇게 시작되었지요. 나 같은 사람은 직장 생활과 맞지 않는 걸까. 그렇다면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하나. 내향인 특유의 ‘나 자신의 대화’가 끝도 모르고 이어졌습니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고민에 몸도 마음도 지쳐갈 무렵. 어느 날 우연히 한 채용 공고를 발견했습니다. 인문학을 지원하는 공익 재단에서 연구원을 구한다는 채용 공고.⚡️그 순간 머릿속에 벼락같은 섬광이 스쳤습니다. 내가 왜 기업에서만 일해야 한다고 생각했을까? 평소 관심 있었던 인문학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일, 특정 기업의 이익이 아닌 공익을 위한 일이 저와 잘 맞을 거라는 생각이 빠르게 스쳐 갔습니다.
면접을 보기 위해 재단 사무실에 방문한 그날을 저는 지금까지 잊지 못합니다. 클래식 음악이 잔잔히 흐르고 책이 빼곡히 쌓인 사무실에 들어선 순간 바로 여기가 제가 있을 곳이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지요. 이 확신은 8년간 저를 이곳에 머물게 하고 있습니다.
ㅡㅡㅡ
찐 내향인에게 행복한 직장은 어떤 곳일까?
이곳 공익재단에서 저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행복한 직장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이 말이 과장처럼 들리겠지만 정말로 그러합니다. 빨리 출근하고 싶어 주말이 지겹게 느껴질 정도였으니까요. 아마도 제 몸에 꼭 맞는 옷을 찾은 탓이었겠지요. 그렇기에 첫 직장보다 낮은 급여와 다소 열악한 근무 조건은 전혀 단점처럼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천성에 맞는 일이란 게 바로 이런 거구나, 체감했지요.
혹시 저와 비슷한 찐내향인들이 있지 않을까 짐작해봅니다. 수많은 사람과 얽힌 직장 생활이 버거워 오늘도 잠 못들고 고민하는 내향인들이요. 찐내향인들에게 잘 맞는 직장을 찾는 데 도움이 될까 싶어 제게 잘 맞았던 직장 특성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1. 마음 맞는 소규모의 인원과 일하는 직장 👥
저는 사람 많은 곳에 가면 소위 기가 빨립니다. 수백 명의 사람들이 모인 빡빡한 사무실은 보기만 해도 질려버리고 말지요. 반면 현재 일하는 직장은 15명 내외의 소규모 단체입니다. 그만큼 사무실도 조용하고 아담하고요. 가치관이 잘 맞는 소규모 그룹과 일하는 환경은 내향인인 제게 직장 내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덜어줍니다.
2. 일하는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직무환경 ✨
내향인의 특징 중 하나는 끊임없이 의미를 추구한다는 점일 겁니다. 저 또한 그렇다는 것을, 1년간의 방황을 통해 깨달았습니다. 제게 직장은 단순한 밥벌이가 아니라 일하는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합니다. 그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 직장은 아무리 연봉을 많이 준대도 마음이 가질 않더군요. 사회공헌 목적으로 설립된 이곳은 특정 기업이 아니라 공익을 위해 일한다는 점이 제게 큰 의미로 다가옵니다. 일하는 의미를 발견한 이는 그 일을 손에서 쉽게 놓을 수 없는 법입니다.
3. 혼자 일하는 시간과 공간, 자율성이 보장된 근무환경 😇
저는 일할 때 혼자 생각할 시간이 충분히 주어지고, 자율성이 보장된 환경을 선호합니다. 예컨대 마이크로 매니징하는 상사는 저와 최악의 궁합이지요. 이곳은 각 직원이 PM으로 일을 합니다. 각자가 자율적으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운영하지요. 프로젝트 일정도 PM이 조율하는지라 혼자서 연구하고 생각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필요하다면 PM의 판단하에 외부에서 일할 수 있어 혼자 일하는 공간도 확보할 수 있지요. PM의 자율성을 인정받으면서 혼자 일하는 시간과 공간이 확보된 환경은 제게 긴장감을 덜어주고 편안함을 안겨주었습니다.
기나긴 방황을 거쳐 결국엔 제 몸에 꼭 맞는 직장을 찾았듯이 찐 내향인들 각자가 행복할 수 있는 밥벌이를 찾았으면 합니다. 누구에게나 자신에게 맞는 자리가 있는 법이니까요. 우리 내향인들의 밥벌이가 행복하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 저자 : 북냥이
사람 많은 곳에 가면 기부터 빨리는 찐내향인 입니다. 어릴 때는 내향적인 성격이 맘에 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내향인의 장점이 빛을 발한다는 걸 깨닫고 있습니다. 현재는 찐내향인인 제 모습을 인정하며 저의 성향과 맞는 직장에서 행복한 밥벌이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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