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향인의 매거진: 차곡차곡 가볍게 모아요.

2025-05-01



귀용매거진 인스타그램 스크린샷



귀용매거진의 시작
차곡차곡 쌓아 올린 작은 세상 


우연히 누군가의 글을 읽고 나의 세상이 조금씩 달라진 적이 있나요? 호기심이 많아 검색을 자주 하는 편이라 그날도 평소처럼 검색을 하고 있었어요. 일상 블로그에서 정보만 얻고 뒤로 가기를 누르려 했는데, 저도 모르게 ‘다음’ 버튼을 누르며 글을 읽게 됐습니다. '이 사람은 어떤 하루를 보낼까?'하고 자연스럽게 궁금해졌죠. 이웃 추가를 하고, 소식이 올라오면 읽곤 했어요. 어느 날, 그 블로그에 온라인 독서 모임원을 모집하고 있다는 글이 올라왔어요. 그때의 주머니 사정에는 약간 무리였지만,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모인 첫날! 대화를 마친 뒤, ‘그 사람, 꽤 행복해 보였어!’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때부터 조금씩, 무언가 하고 싶은 마음이 자라났습니다. 각자의 삶을 묵묵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이 눈에 들어오게 됐어요. 어디에 쓰이게 될지 모르지만, 매일의 감상을 차곡차곡 마음에 모았습니다.

언니와 주고받는 카톡 방은 늘 빨간 알림이 떠 있습니다. 틈만 나면 서로가 본 귀여운 사진이나 링크를 툭툭 보내니 심심할 틈이 없죠. 오래전부터 이렇게 지내서인지 귀여운 것을 보면 ‘좋아요’보다 ‘공유하기’를 먼저 누르게 될 정도입니다.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에도 언니의 연락은 꼭 확인했어요. 고민 하나에 열 개의 귀여운 사진, 스무 번의 귀여운 이모티콘을 주고받으며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그러고 나면, 내일을 마주할 힘이 생기는 기분이었어요. 그리고 지난여름, 조금씩 쌓아온 힘을 꺼내 보았습니다. 제 안의 세계가 조금 더 넓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나만의 작고도 큰 세상, <귀용매거진>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느슨하지만 차곡차곡 쌓는 매일의 감상



알맞게 익어 돌아온 칭찬

<귀용매거진>은 처음에는 뚜렷한 목표 없이 귀여운 포인트가 있는 제품을 소개하는 식으로 그저 가볍게 시작한 계정이었어요. 1,000명만 모이면 좋겠다 싶었는데, 어느새 2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숫자만 봐도 배부른 느낌이 들면서도, 조금이라도 다른 것을 시도하면 와르르 무너질까봐 두려운 마음이 커졌습니다. 문득 그런 생각도 들었어요. ‘나에게는 귀엽고 유용한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평범하고 쓸모없게 느껴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제 스스로 거대한 벽을 하나씩 세우게 됐어요. 

새로운 소재를 가져와도 벽에 가로막혀 돌아가는 기분이 오랫동안 이어졌습니다. 제자리에서 맴도는 느낌으로 며칠을 보내던 중, 밥을 먹다가 예전의 상사분께서 제게 했던 말 한마디가 퍼뜩 떠올랐어요. “ㅇㅇ님은 이야기를 잘 떠올리시는 것 같아요.” 제가 맡은 제품의 스토리텔링에 크게 웃으시며 건넸던 말이었죠. 오랜만에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제품 이름을 검색해 보았습니다. “똑같은 상품도 스토리가 보이니 더 특별하게 느껴져요.” 별 다섯 개와 함께 적힌 리뷰 한 줄에 제가 스스로 세웠던 벽이 뒤로 텅-넘어간 느낌이 들었어요. 이전에도 분명 봤던 글이었는데, 그때는 왜 그저 흘려보냈을까요? 칭찬이 꼭 때를 기다렸다가 알맞게 익어서 저에게 돌아온 기분이었습니다. 그동안 쌓아온 것을 믿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습니다.


정체기 동안 몸과 마음을 다잡으며 만든 귀용매거진 로고




매일매일 가벼운 힘을 채우며 

우리 내향인들은 배터리가 빨리 닳습니다. 시작하기 전은 물론일뿐더러 중간중간 틈틈이 충전해 두어야 오래 갈 수 있죠. 그때마다 저를 채워주었던 것은 스치듯이 지나갔던 짧은 말, 귀여운 사진 하나였습니다. 입의 근육을 위로 끌어올리는 것만으로도 뇌는 행복하다는 인식을 한다고 해요. 일상에서 귀여움을 마주할 때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곤 하는데, 그런 순간이 많을수록 그날의 행복도 더 짙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와 같이 에너지를 적당하게, 매일 채워야 하는 이들과 서로 힘의 조각을 하나씩 나누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어요. 아직은 한없이 부족하지만, 저만의 세상을 만들기 위해 차곡차곡 모아왔던 것처럼 부지런히 준비하고 싶습니다. 그런 의미로, 여러분께 가벼운 응원을 하고 싶어요. “오늘 하루, 귀엽고 산뜻한 하루 되세요!”


대전 여행에서 마주쳤던 귀여움



글 | 귀용 (@guiyong.mag)

일상에서 귀여움을 주우며,
산뜻함을 자주 느끼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