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향인에게 한국의 ‘더 높이, 더 많이, 더 빨리 성취하기’가 요구되는 K-문화는 언제나 어렵다.
하지만, 개인의 성취 효율을 돕는 K- 카페, 스터디 카페는
내향인의 마음에 꼭 들지도 모른다.
실내 정숙
‘가급적 대화 및 잡담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라는 경고문이 붙어 있는 스터디 카페는 사교가 금지된 카페이다. 17세기 유럽에서 커피를 중심으로 사교 공간으로도 역할을 했던 카페는 21세기 한국인의 집중 공부를 위한 공간으로 재탄생 되었다. 이곳은 공부 > 시험 > 합격으로 이어지는 자기증명의 효율을 위한 공간으로, 개인의 면학과 집중을 방해하는 대화와 잡담은 주의의 대상이다.
잡담 금지
이곳에서는 — 다음주 주말 여행을 계획하는 연인, 내년 예산 계획을 논의하는 동창회 이사진, 건강의 걱정하며 식단을 계획하는 노부부 — 처럼 짝지어 고민하는 소리를 들을 수 없다. 언제나 혼자만의 조용한 시간을 갈망해온 내향인들에게, 이곳은 무소음 1인용 공간을 제공한다.
지정 좌석
내향인들은 정해진 시험이 없더라도 익명의 자리가 필요한 사람으로서 자리를 차지할 자격을 부여받는다. 이곳은 — 탁 트인 도서관에 앞 사람과 눈이 마주칠까 신경 쓰이고, 신상 카페에서는 사장님이 수지타산이 걱정되고, 공유 오피스에서는 타인의 야망에 주눅이 드는 — 과민한 내향인들의 걱정을 덜어준다. 한 사람만 앉을 수 있도록 엄격히 나뉜 이 한칸의 공간에 내향인들은 환호할지도 모른다.
무인 운영
대부분 무인으로 운영되는 이곳은 성별, 나이, 직위에 차별없이 공평하게 하나의 책상을 내어준다. 키오스크가 출입문을 열어주고, 커피머신이 커피를 따라주고 나면, 백색소음이 깔린 어둡고 구획된 조용한 방으로 들어갈 수 있다. 누구인지, 무엇을 꿈꾸는지, 어떤 사람인지 묻지 않을 이곳은 오직 혼자 해결할 골몰할 시간이 필요한 내향인들에게 24시간 열려있다.
연중 무휴
은둔에 대한 로망이 있는 내향인들에게 어쩌면 이곳은 매일 입장 수 있는 가장 로맨틱한 장소가 될 수도 있다. 시선이 없는 익명의 검은 책상으로 도피해 버릴 수 있는 것이다. 알록달록한 과일 케이크와 시즌별 프로모션 음료가 없는 사철 불변의 공간인 이곳은 바깥의 변덕스럽고, 예측불가한 변화들을 모두 차단해준다.
고급 커피
무제한 제공되는 고급 커피는 정진을 위한 각성제이다. 커피머신 옆 게시판에는 모두의 성공과 성취를 응원하는 메모지가 가득 붙어있다. ‘달리자, 할 수 있다, 힘내세요.’ 각자의 성취에 행운을 기원하는 이곳은 언제나 나 자신, 그 자체가 되기 위해 무한한 정진, 투쟁을 하고 있는 모든 내향인들에게 유익한 쉼터가 될 지도 모른다.
올라서다
그래서 나는 여기로 나를 찾기 위해 들어왔다. 책상들이 칸칸이 이어져 있는 어둡고 조용한 방으로 들어가 지정된 내 좌석에 앉아, 꿈을 꾸는 정진하는 사람들 사이에 몰래 숨었다. 붙어 앉아있는 사람들은 각자 다른 목적지에 도달할 것이다. 2번 책상의 위쪽에는 "꿈에 올라서다”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내가 올라서도 싶은 꿈은 어디일까. 여기에 내 자리가 있다. 설거지도 빨래도 흐트러진 장난감도 없고, 남을 위해 당장 제출할 보고서도 없는, 여기 온전히 내게 할당된 나만의 공간이 있다.
👩🏻💻저자 | 이마지 (Lee Ma Jee)
미술 분야 N년차 기획자/행정인이자 미술가, 똑닮은 내향적인 아들을 키우는 극내향형 워킹맘
✍🏻블로그: https://page-oh.tistory.com
내향인에게 한국의 ‘더 높이, 더 많이, 더 빨리 성취하기’가 요구되는 K-문화는 언제나 어렵다.
하지만, 개인의 성취 효율을 돕는 K- 카페, 스터디 카페는
내향인의 마음에 꼭 들지도 모른다.
실내 정숙
‘가급적 대화 및 잡담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라는 경고문이 붙어 있는 스터디 카페는 사교가 금지된 카페이다. 17세기 유럽에서 커피를 중심으로 사교 공간으로도 역할을 했던 카페는 21세기 한국인의 집중 공부를 위한 공간으로 재탄생 되었다. 이곳은 공부 > 시험 > 합격으로 이어지는 자기증명의 효율을 위한 공간으로, 개인의 면학과 집중을 방해하는 대화와 잡담은 주의의 대상이다.
잡담 금지
이곳에서는 — 다음주 주말 여행을 계획하는 연인, 내년 예산 계획을 논의하는 동창회 이사진, 건강의 걱정하며 식단을 계획하는 노부부 — 처럼 짝지어 고민하는 소리를 들을 수 없다. 언제나 혼자만의 조용한 시간을 갈망해온 내향인들에게, 이곳은 무소음 1인용 공간을 제공한다.
지정 좌석
내향인들은 정해진 시험이 없더라도 익명의 자리가 필요한 사람으로서 자리를 차지할 자격을 부여받는다. 이곳은 — 탁 트인 도서관에 앞 사람과 눈이 마주칠까 신경 쓰이고, 신상 카페에서는 사장님이 수지타산이 걱정되고, 공유 오피스에서는 타인의 야망에 주눅이 드는 — 과민한 내향인들의 걱정을 덜어준다. 한 사람만 앉을 수 있도록 엄격히 나뉜 이 한칸의 공간에 내향인들은 환호할지도 모른다.
무인 운영
대부분 무인으로 운영되는 이곳은 성별, 나이, 직위에 차별없이 공평하게 하나의 책상을 내어준다. 키오스크가 출입문을 열어주고, 커피머신이 커피를 따라주고 나면, 백색소음이 깔린 어둡고 구획된 조용한 방으로 들어갈 수 있다. 누구인지, 무엇을 꿈꾸는지, 어떤 사람인지 묻지 않을 이곳은 오직 혼자 해결할 골몰할 시간이 필요한 내향인들에게 24시간 열려있다.
연중 무휴
은둔에 대한 로망이 있는 내향인들에게 어쩌면 이곳은 매일 입장 수 있는 가장 로맨틱한 장소가 될 수도 있다. 시선이 없는 익명의 검은 책상으로 도피해 버릴 수 있는 것이다. 알록달록한 과일 케이크와 시즌별 프로모션 음료가 없는 사철 불변의 공간인 이곳은 바깥의 변덕스럽고, 예측불가한 변화들을 모두 차단해준다.
고급 커피
무제한 제공되는 고급 커피는 정진을 위한 각성제이다. 커피머신 옆 게시판에는 모두의 성공과 성취를 응원하는 메모지가 가득 붙어있다. ‘달리자, 할 수 있다, 힘내세요.’ 각자의 성취에 행운을 기원하는 이곳은 언제나 나 자신, 그 자체가 되기 위해 무한한 정진, 투쟁을 하고 있는 모든 내향인들에게 유익한 쉼터가 될 지도 모른다.
올라서다
그래서 나는 여기로 나를 찾기 위해 들어왔다. 책상들이 칸칸이 이어져 있는 어둡고 조용한 방으로 들어가 지정된 내 좌석에 앉아, 꿈을 꾸는 정진하는 사람들 사이에 몰래 숨었다. 붙어 앉아있는 사람들은 각자 다른 목적지에 도달할 것이다. 2번 책상의 위쪽에는 "꿈에 올라서다”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내가 올라서도 싶은 꿈은 어디일까. 여기에 내 자리가 있다. 설거지도 빨래도 흐트러진 장난감도 없고, 남을 위해 당장 제출할 보고서도 없는, 여기 온전히 내게 할당된 나만의 공간이 있다.
👩🏻💻저자 | 이마지 (Lee Ma Jee)
미술 분야 N년차 기획자/행정인이자 미술가, 똑닮은 내향적인 아들을 키우는 극내향형 워킹맘
✍🏻블로그: https://page-oh.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