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내향인 vol.07
인스타툰 작가 <김시옷>
"있는 그대로의 나도 넘치도록 괜찮습니다."
내향인의 여행,
내향인의 짠테크,
내향인 엄마와 딸,
내향인의 충전법,
...
귀여운 '시옷' 캐릭터를 통해 내향인의 소소한 일상과 생각을 나누며 많은 내향인들의 공감을 얻은 김시옷 작가님은 상위 1% 왕 내향인, 왕 소심인이라고 자부합니다. 낯선 사람을 만나면 몸이 얼어붙고, 회식 자리에선 구석부터 찾는 소심한 일화들을 엮어 그림에세이 <소심백서>를 출간하기도 했죠.
"너는 왜 말이 없어?"라는 질문을 받아본 적 있다면, 지나가는 사람에게 말을 걸고 가슴이 쿵쾅거린 적이 있다면 '찐 내향인' 에피소드가 가득한 시옷 툰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을 거에요.
소심한 모습과는 반대로 '할 거 다하는 내향인'을 모토로 삼는 시옷 작가님은 계속해서 긴장되고 불편한 자리로 나아갑니다. 해보지 않은 일들을 시도해보며 나만의 속도로 전진하는 작가님의 모습은 오늘도 많은 내향인들에게 큰 위로와 용기가 되고 있습니다.
✨ 작가님의 필명인 ‘김시옷’은 어떤 뜻인가요?
시옷은 저를 가장 잘 표현하는 자음이에요. 제 이름에 시옷이 들어가기도 하고, 필명을 고민할 때 마침 삼십 대가 되었거든요. 또 제가 좋아하는 단어에도 유독 시옷이 많습니다. 사랑, 소소, 소심 등이요.
✨ 김시옷 작가님은 ‘내향인’을 주제로 한 인스타툰을 그리고 계세요. ‘내향인’을 소재로 삼은 이유가 있었나요?
MBTI가 한창 유행할 무렵 외향/내향이라는 키워드도 함께 부상했는데요. 그제야 제가 내향인이라는 걸 정확히 인식하게 되었어요. 그간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해서 자책을 많이 했는데 제가 잘못된 게 아니라 단지 성향 때문이라는 걸 깨닫게 된 거지요. 그렇게 제 성향을 이해하고 나니 스스로에게 너그러워지더라고요. 나아가 저를 좋아하는 것도 가능해졌습니다.
저의 이런 변화를 많은 사람들에게 나누고 싶었어요. 특히 저처럼 내향적인 성격 때문에 괴로워하는 사람이 있다면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나도 근사하다고요.
✨ 얼마 전 『소심백서』를 출간하셨어요. ‘나 이만큼 소심해봤다’ 하는 순간들은 언제였나요?
몇 년 전 지인의 결혼식에 참석하려고 지방에 내려간 적이 있어요. 예식장에 도착할 때만 해도 아무렇지 않았는데 북적이는 신부 대기실을 보니 발걸음이 안 떨어지더라고요. 도저히 그 속을 뚫고 들어갈 자신이 없어서 결국 인사 한 마디도 못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저도 제가 이 정도인 줄은 몰랐던 터라 굉장히 허탈했던 기억이 나네요.
✨ 책을 통해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있었나요?
내향적이고 소심한 게 잘못이 아니라는 것, 어떤 모습이든 있는 그대로의 나도 괜찮다는 걸 전하고 싶었어요. 상위 1%라고 자부하는 왕 내향인, 왕 소심인인 저도 스스로를 사랑하고, 잘 먹고 잘 살고 있으니 누구든지 행복할 수 있다고 용기를 주고 싶었습니다.
<소심백서>를 읽으며 가장 공감이 갔던 장면으로 '내향인의 기본값' 편을 꼽고 싶다. 지극히 평범한 일상도 내향인에겐 큰 용기를 내야 하는 순간이 될 때가 있다. 시옷 작가님의 말처럼, 매 순간마다 용기를 내며 살아가고 있는 우리 내향인들은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다!
✨ 소심한 모습과는 달리 ‘할 거 다하는 내향인’을 모토로 삼고 계세요. 용기를 내보신 순간들도 있었나요?
저는 소심한 반면 모험심이 있어요. 그래서 안 해본 일들을 자꾸 해보려고 노력합니다. 특히 『소심백서』 출간 후에는 안 해본 일들의 연속이었어요. 평소 좋아하던 작가분들께 DM을 보내 책을 선물했고요. 독자분을 실제로 만나기도 했어요. 그리고 생애 첫 북토크도 열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그게 올해의 가장 큰 용기가 아닐까 해요.
사실 꼭 이런 이벤트가 아니더라도 저는 낯선 사람과 있는 매 순간 용기를 내고 있어요. 말 한마디 건네는 게 저에겐 참 어렵더라고요. 오늘도 자전거를 타다가 앞선 사람에게 “지나갈게요~”라고 말했는데 심장이 쿵쿵 뛰었답니다.
✨ 작가로 활동하며 독자들에게 받았던 메시지 중 기억에 남는 내용이 있었나요?
많은 분들이 저에게 공통적으로 말씀하세요. '왜 나는 다른 사람들과 다를까?', '내가 이상한 사람인가?'라며 자책을 했는데, 시옷 작가님의 그림을 보며 제가 잘못된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내향적인 성격으로 속앓이하는 분이 참 많구나 싶어 애잔하기도 하고, 그런 분들께 제가 도움이 될 수 있어 감사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메시지를 받을 때면 문득 제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궁극적인 목적이 독자분들께 위안을 드리기 위해서라고 느껴요.
✨ 인스타툰 작가를 꿈꾸는 내향인들에게 어떤 조언을 들려주고 싶나요?
인스타툰처럼 혼자 창작을 하는 방식이 내향인들과 참 잘 맞는다고 생각해요. 우선 사람들과 부대껴야 하는 어려움이 없고, 편안한 공간에서 (제 경우엔 집에서) 할 수 있거든요. 또 직접적으로 나를 드러내지 않아도 됩니다. 캐릭터를 부캐 삼아 부담 없이 나의 이야기를 할 수 있어요.
그리고 몇 년 동안 인스타툰을 그리다 보니 알게 된 건데요. 소재를 고민하는 과정이 곧 나를 알아가는 시간이더라고요. 일상을 살피고 스스로 질문하는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나의 다양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만약 인스타툰을 고민하고 계시다면 낙서라도 좋으니 가볍게 시작해 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 시옷 작가님의 앞으로의 꿈이나 계획이 궁금해요.
이번에 <소심백서>를 만들면서 새삼 느낀 건데요. 저는 쓰고 그리는 일이 정말 좋아요. 그래서 오래도록 행복하게 쓰고 그리는 것이 저의 꿈입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계속 성장하고 싶어요. 지금까지는 할 거 다하는 내향인 치고는 할 거 많이 못 했던 것 같거든요.
되도록 많이 나가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것들을 보고 느껴서 제 세계를 확장시키고 싶어요. 저를 드러내는 연습도 꾸준히 할 계획입니다.
✨ 마지막으로, 샤인 커뮤니티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 부탁드려요.
제가 여기까지 내향인으로서 초연한 것처럼 말씀드렸는데요. 사실은 지금도 저의 내향적이고 소심한 면에 울적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건 우리에겐 다시 털고 일어날 수 있는 강인함이 있다는 거예요. 용기 내는 게 내향인의 기본값이잖아요? 그러니 자책하지 말고, 스스로를 담뿍 칭찬해 주세요. 있는 그대로의 나도 넘치도록 괜찮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