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내향인 vol.06
출판 • 강연 기획자 <우태영>
"내향인이라는 모호한 개념으로
여러분의 가능성을 제한하지 마세요."
“네가 I라고?”
1인 출판사 대표이자 10년차 강연 기획자, 그리고 현재 미국에서 IT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있는 우태영 대표는 국내와 해외를 넘나드는 ‘인맥 왕’으로 통합니다. 한국의 다수 유명 연예인 뿐만 아니라 해외 유명 저자들과도 네트워크를 보유한 태영님은 카톡에 1,000여명 이상의 친구가 있다고 하죠. 이런 그가 내향인이라니, 가까운 지인들조차 의아해 하는 분들이 참 많습니다.
CNN 간판 앵커 앤더슨 쿠퍼를 최초로 한국으로 초청해 포럼을 개최했고, 소셜 미디어 대가 게리 바이너척과 존 리비 등 해외 베스트셀러 저자들을 한국에 꾸준히 소개하고 있는 태영님은 '연결자(connector)'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더 넓은 세상에 눈을 뜰 수 있도록 돕는 그는 세상을 이끄는 리더들도 조용히 내면을 성찰하는 시간을 갖는다는 점에 주목하죠. 글로벌 네트워킹 현장의 중심에 있는 우태영 대표는 '내향성'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을까요.
✨ ‘인맥의 왕’ 태영님, 정말 내향인 맞으신가요? 언제 I라고 느끼시는지 궁금해요.
저는 아무리 제가 아는 사람이 대부분이더라도 많은 사람이 모인 공간이 편하지 않더라고요. 1층에 사람들이 모여 서로 교류하고 있으면 저는 2층으로 올라가 아래를 내려다보며 한두 명과 이야기를 나눌 때 가장 즐거워요.
물론 내향인이라면 활동적이지 못하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지 못한다고 가정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해요. 필요하다면 적극적으로 새로운 사람들과 인사도 하고, 무대 위에 올라가 마이크를 잡고 수백 명 앞에서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제가 선호하는 공간이 몇 명 없는 조용한 곳에서 대화를 나누는 것이라는 사실을 파악했을 때, 저는 제가 내향적인 사람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깨달았어요.
✨ 태영님도 사람들을 만나고 오면 소진될 때가 있으신가요? 그럴 땐 어떻게 다시 에너지를 충전하시나요?
항상 그래요. 심지어 저의 지인 30분을 초대해 직접 디너파티를 주최했는데 파티가 끝나갈 때쯤 에너지가 소진돼 혼자 바 테이블 구석에 앉아서 쉬기도 했어요.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만 모인 공간에서도 그러는데, 모르는 사람들이 가득한 공간에서는 더더욱 소진될 때가 많죠.
저는 에너지 충전을 위해 철저히 분리된 저만의 시간과 공간이 필요해요. 택시 뒷자리에 혼자 앉아있을 때, 카페 구석 테이블에 혼자 앉아 핸드폰에 온 소식들을 확인할 때, 집에 들어가 팟캐스트를 켜놓고 침대에 누워 오디오 콘텐츠를 듣고 있을 때. 흔치 않지만, 저와 가까운 사람들 중 1대1 혹은 4명 이내의 소규모로 모여서 목적 없이 편하게 대화를 나눌 때도 에너지를 다시 충전하게 돼요.
✨ 책 <세상을 공부하다>에서 ‘내향적인 리더'를 다루신 목차가 있었어요. 개인적으로 닮고 싶은 내향인 리더가 있나요?
제가 책에 그 챕터를 적은 이유는, 저의 이야기를 책 초반 내용 혹은 인터뷰나 유튜브/방송으로 접하신 분들이 “나는 내향적이라서 저렇게 못해”라고 생각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담았어요. 저도 내향적일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많은 리더들도 내향적이지만 세상을 움직이는 힘과 내향성은 큰 연관이 없거든요.
그 챕터에 제가 개인적으로 닮고 싶은 미국 오바마 전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어요. 대단한 언변과 마음을 움직이는 연설은 그를 대통령으로 만드는데 큰 기여를 했지만, 사실 그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은 이유는 다양한 사람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그들의 이야기에 집중해 주고 공감하며 동기부여와 위로를 해줄 수 있는 능력 때문이죠. 저 또한 말하기 능력과는 별개로 만나는 한 명 한 명과 진심으로 교류하고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에 그의 활동을 자주 참고합니다.
✨ 섭외를 하거나 콜드 메일을 보낼때, 내향적 기질이 도움이 된 적이 있나요?
내향인이라서 특별히 도움이 됐다고 생각나는 것은 없는데, 사실 일을 위해서는 자신의 성향과 상관없이 실행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누군가를 섭외하거나 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 모르는 사람에게 연락을 할 때, 최대한 상대방을 존중해 준다는 느낌이 전달되게끔 노력해요. 이메일을 작성한다면 그들의 시간을 존중하기 때문에 제목도 정확히 어떤 내용에 관한 이메일인지 한눈에 볼 수 있게 적고, 본문에서 중요한 내용을 볼드 처리하고 원하는 요구사항도 명확하게 표시하죠. 가장 중요한 건 최대한 짧게 메일을 써서 스마트폰 스크린에 대부분의 내용이 담기도록 노력해요.
일의 영역은 경험과 공부를 통해 스킬셋을 쌓아가야 하는 건데, 내향적•외향적 성향으로 인해 크게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고 생각해요. 외향적인 사람이 꼭 모르는 사람과도 대화를 잘 하는 것도 아니고, 내향적인 사람 모두가 섬세한 관찰력을 가지고 있지 않아요.
✨ 높은 위치에 있거나 유명한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갈 때, 두려움이 없으셨는지 궁금해요.
처음에는 당연히 걱정도 되고 긴장도 됐지만, 그런 사람들을 자주 만나게 되고 이들도 결국 나와 같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후에 그런 긴장은 많이 줄어들었어요. 위에 언급했듯이 저는 상대방을 존중해 준다는 느낌을 전달하는 것을 매우 중요시 생각하고, 누군가를 만났을 때도 동일해요.
높은 위치에 있거나 유명한 사람을 직접 만날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들에게 시간이 얼마나 귀한지 잘 알기 때문에 그 시간을 존중해 주고자 만났을 때 어떤 이야기를 할지 사전에 머릿속으로 리허설을 하죠. 다가가서 혼자 길게 저의 이야기만 나열하는 것도, 바로 앞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멀뚱멀뚱 서있는 것도 저는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최소한 첫 마디 그리고 그 이후에 질문하고 싶은 한두 가지는 머릿속에 기억해두고 다가가요.
✨ 해외 생활을 오래 하고 계시죠. 내향인에 대한 국내와 해외의 인식 차이가 있나요?
한국은 특이하게 스스로와 서로에게 라벨을 붙이고 분류를 많이 해요. 혈액형이 오랫동안 가장 많이 사용되어왔고, 최근에는 MBTI가 대표적인 분류의 척도가 되었죠. “나는 I라서” “너는 T라서” “우리는 N이라서” 같은 표현들 많이 듣고 사용하셨을 거예요.
사실 한국 밖에 외국에서는 “내향인”에 대한 이야기를 접해본 적이 없어요. “외향인”에 대한 언급도 없고요. 우리 모두는 외향적인 측면이 있고 내향적인 부분이 있는 거지, 스스로나 서로를 “내향인” “외향인”으로 분류하는 것 자체가 존재하지 않아요. 물론 자신이 수줍음이 많은 “shy한 사람”이라고 소개할 수도 있지만, 그것에 대해 어떤 표현이나 표기로 라벨을 붙이는 경우는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MBTI 같은 것으로 스스로를 분류하고 제한하는 이들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그것은 마치 별자리나 혈액형으로 자신의 운명이 정해진 것처럼 행동하는 거라 생각해요. ‘내향인’이라는 모호한 개념으로 여러분의 가능성을 제한하지 마세요!
✨ 내향인을 위한 네트워킹 방법을 추천해주신다면요?
만약 한 자리에서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이 부담스러우시다면, 어느 자리에 가실 때 새로운 사람 두 명만 만나고 오겠다고 스스로 생각해 보세요. 입구 근처에서 만나는 사람 한 명, 그리고 음식 혹은 음료를 받으실 때 옆에 있는 사람 한 명과 이야기해도 좋아요. 어떤 네트워킹 자리에 갈 때 최대한 많은 사람들과 만나 명함을 주고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오히려 의미 없는 인사만 하고 오실 확률이 높아요.
두 명과 어느 정도 시간을 갖고 대화를 나눠보시고, 그리고서 그 자리가 재밌다면 조금 더 남아서 몇 명 더 만나고 오세요. 그 두 명도 서로 모른다면 소개해 주실 수 있고, 그들에게 다른 참석자 소개를 부탁해도 좋아요. 만약 두 명을 만났는데 별로 마음에 안 들었다면, 바로 귀가하셔도 괜찮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