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민님은 언제 가장 내향적이라고 느끼시나요?
사람들과 있다가 집에 갈 때요. 사회 생활용 가면을 쓴 채 제 나름의 최선을 다하고서 마침내 혼자 남았을 때, 그때 진짜 나와 만나는 기분이 들어요. 익숙하고 편안한 세계에 들어섰다는 느낌이랄까요. 요즘 사람 만날 기회도, 함께 어울리는 시간도 많아지면서 가끔 나의 내향성이 옅어졌나 싶을 때도 있지만 기어코 혼자 집에 가려는 저를 볼 때마다, 그때 느끼는 편안함의 감각과 마주할 때마다 여전히 순도 높은 내향인이란 생각을 합니다.
🟡 배달의민족 브랜딩실 배짱이팀의 팀장으로 일하셨었죠. 내향인으로서 규모 있는 회사의 팀을 이끄는 것이 쉽지 않으셨을텐데요. 어떤 비법이 있으셨나요?
처음에는 너무 부담이었어요. 자신도 없었고요. 내가 뭐라고 팀을 이끌고 팀장 노릇을 하나 싶었거든요. 그런데 꼭 리더가 한 가지 모습일 필요는 없잖아요. 멋지고 카리스마있는 리더가 있다면 팀원들을 살뜰히 챙기고 헤아리는 서포터로서의 팀장도 있을 테니까요.
정형화된 리더의 모습에 저를 끼워 맞추기보다, 제가 잘 할 수 있는 부분에 더 집중했어요. 또 내향인이 조직 생활에서 가질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불안이 있거든요. 누구보다 그걸 잘 알기 때문에 모든 팀원이 안정감을 갖고 팀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고민했던 거 같아요. 오히려 내향인이라 보이는 것들이 분명 있더라고요.
🟡 배달의민족 뉴스레터 ‘주간 배짱이’와 다양한 캠페인을 기획할 때, 내향인의 섬세함이 큰 무기가 되셨다구요?
돌아보면 그랬던 것 같아요. 요즘처럼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신경 써야 하는 가치들이 많을 땐 눈치가 빨라야 하거든요.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 말을 했을 때 어떻게 받아들일지 기민하게 가늠하는 능력이죠.
조금 슬픈 말이지만 내향인은 늘 눈치 보며 살아왔다고 생각해요. 사회의 많은 선이 외향인을 기준 삼아 그어져 있기에, 매번 이게 맞나, 이래도 되나 하는 불안을 마음 한편에 품고 살아왔죠. 그렇게 습관처럼 자리한 눈치가 대중과 커뮤니케이션할 때 잘 작동했다고 생각해요.
또 굳이 그렇게까지 생각할 필요 없지만 또 굳이 그렇게까지 생각하고야 마는 내향인의 기질이 캠페인을 기획할 때 디테일로 드러나기도 하죠. 고객 입장에서 이런 것까지 신경썼구나 하는 부분이 내향인 특유의 예리함이자 섬세함이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