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내향인 vol.04 


N잡러 <서메리> 

"버거운 네트워킹에 참여하지 않고도  
나를 알릴 수 있어요."



N잡러 대표 주자인 서메리를 묘사하는 수식어는 여러개입니다. 프리랜스 작가, 번역가, 일러스트레이터, 북튜버, 강사. 


평범한 사무직 회사원이었던 서메리는 ‘회사 밖에서 먹고 사는 사람이 되자’는 목표로 퇴사해 프리랜서의 삶에 뛰어들었고, 현재는 내향인이라면 익숙한 책과 독서, 그림 그리기를 직업으로 연결해 많은 이들이 꿈꾸는 ‘덕업일치’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평소 큰 강연이나 라이브 방송을 앞두고 긴장하는 그의 일상을 들여다보면, 어느정도 내향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요리와 그림 그리기, 뜨개질을 하며 에너지를 충전하는 서메리는 활발한 PR이나 네트워킹을 하지 않아도 비슷한 결의 사람들을 모을 수 있었던 이야기를 나누어 주었습니다.


⬆ 책 보러가기 (사진 클릭)



 메리님의 책 <회사 체질이 아니라서요>를 보면 회사에 적응하기 어려웠던 모습들이 나옵니다. 내향적인 메리님에게 유독 더 조직 생활이 어렵다고 느꼈던 상황들이 있었나요? 



지금 생각해보면 속도 맞추기가 가장 어려웠던 것 같아요. 꼭 너무 빠르다, 너무 느리다로 정의하기보단 나만의 속도와 조직의 속도가 전반적으로 달랐던 느낌이랄까요? 가령 저는 밥을 천천히 먹는 편인데, 팀원들과 함께 먹는 점심에서는 그렇게 할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오후에는 항상 소화가 안 된 느낌이었어요. 반면 어떤 업무 같은 경우는 절차와 보고체계를 다 지키다보니 제가 생각한 것보다 속도가 안 나서 답답하기도 했고요. 그런 파장이 맞지 않아서 결국 혼자 일하는 프리랜서를 택하게 된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 메리님의 컨텐츠를 보면 자주 소심해 하시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멘탈이 무너지거나 떨렸던 순간들 중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나눠주세요. 이후 어떻게 극복해나가고 계신가요?



사실은 지금도 매번 떨리고, 멘탈도 흔들리는 편이에요. 유튜브 라이브도 할 때마다 긴장되고, 청중을 직접 만나는 강연은 말 할 것도 없죠. 그래도 경험이 쌓이면서 갖게 된 저만의 비결(?)이라면, 너무 힘을 주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거예요. ‘잘 해야만 해’, ‘완벽해야 해’ 이런 생각이 드는 순간 무릎이 덜덜 떨리기 시작하거든요!

그래서 강연 준비에는 120% 철저하게 대비를 하면서 준비 단계에서 힘을 확 주고, 막상 실전에 들어가기 전에는 ‘편하게 하자’, ‘조금 실수해도 괜찮아’ 라며 마음을 풀어주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 회사로부터 독립해 프리랜서의 삶을 살고 계세요. 혼자 일할 때 어떻게 내향적 장점들이 발휘되었나요?



속도 조절이 가장 큰 장점 같아요. 모든 일을 내 속도에 맞춰서 할 수 있으니까요. 체력이나 집중력을 고려해서 완급 조절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건 조직 생활을 할 땐 꿈도 못 꿨던 감사한 일이죠. 제가 회사 생활할 때 겪었던 가장 큰 애로사항은 수백, 수천 명에게 맞춰서 굴러가는 거대한 조직의 속도를 맞출 수 없었다는 점이었거든요. 소심한 성격상 다 내려놓고 마음대로 할 수도 없었어요.

‘일’이라는 측면에서 속도 문제라고 하면 크게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첫째는 집중력이 흐려져서 속도가 너무 안 나는 거고, 둘째는 의욕이 넘쳐서 속도가 과하게 빨라지는 거예요. 과부하가 걸리면 디테일을 놓치기 쉽고, 자칫하면 번아웃이 올 수도 있기 때문에 미리 완급 조절을 할 필요가 있거든요. 

저는 두 상황 모두 일을 잠시 멈추고 쉬어가는 편이에요. 일을 하다 속도 미터기에 문제가 생겼다고 판단하면 일단 노트북을 덮고 소파로 가서 한 템포 쉬어가는 시간을 가져요. 요즘은 뜨개질을 하면서 마음을 다스리는 편인데 (전 양말뜨기를 좋아해요!) 예쁜 색실로 소품을 만들며 조근조근 손을 놀리다보면 복잡한 마음의 실타래도 조금은 풀리는 기분이에요.



인스타툰을 통해 프리랜서의 일상과 
요리, 뜨개질 등 다양한 취미 생활을 나누고 있다.

✨ 번역가, 유튜버, 강사, 일러스트레이터, 등 다양한 수식어를 가지고 활동하고 계세요. 내향인을 위한 퍼스널 브랜딩 방법과 N잡에 대해서 나눠주고 싶은 비법이 있나요?



저는 아무래도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어려워해서, 활발한 PR이나 네트워킹은 잘 못 해요. 어떤 일을 해도 혼자 할 수 있는 범위 이상 확대하지 않으려 하고요. 그런 상황에서 퍼스널 브랜딩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아무래도 ‘진정성’이 아닌가 합니다. 나 자신을 대놓고 드러내지 않더라도, 콘텐츠를 통해 보여주는 나의 모습과 성향에 일관성과 진정성이 드러난다면 자연스럽게 나만의 차별화 포인트가 생기면서 보는 분들도 관심을 가져 주시더라고요.

‘내 진짜 모습에 누가 관심을 가질까?’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는데, 인터넷 덕분에 네트워킹 장소의 한계가 없어진 지금은 정말 상상도 못한 곳에서 나를 지켜보고 지지하는 사람들이 생기더라고요. 세상에 그렇게 많이 있으리라 생각도 못 했던, 저와 성향이 비슷한 사람들이죠. 그런 분들의 응원에 심리적 안정을 얻기도 하고, 실질적인 업무 기회나 도움을 받은 경우도 많아요. 

강연, 출간 제의, 비즈니스 제안은 말할 것도 없고, 내향적이고 소심한 성격 탓에 계약 때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생긴다고 SNS에 고충을 토로했을 때 이를 본 변호사 분이 도움을 자처하신 적도 있어요. 아무리 멀리 있어도, 아무리 간접적으로 자신을 드러내도, 나와 결이 비슷한 사람의 활동은 눈에 띄나 봐요. 그런 생각을 하면 내 나름의 방법으로 브랜딩을 할 때 힘이 더 나는 것 같습니다.





✨ 프리랜서라면 나를 알리고 홍보하는 일이 필수적이죠. 내향인의 영업과 자기PR에 대해서 권하고 싶은 방법이 있으신가요?



저는 SNS를 적극 활용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내향인과 SNS라는 조합이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 사실 SNS는 자신을 직접 드러내지 않으면서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매체거든요. 직접 영업이나 모임처럼 반드시 내가 나서야 하는 자리와 달리, SNS는 사진이든 글이든 그림이든 간접적인 방식으로 내가 하는 일을 알릴 수 있잖아요. 블로그든, 인스타그램이든, 트위터든, 브런치든, 내게 맞는 플랫폼을 잘 찾아서 활용한다면 버거운 네트워킹에 참여하지 않고도 나를 알릴 수 있어요.





✨ 조금은 소심하고 버거운 사회생활을 하고 있을 내향인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나눠주세요.



내향인이 모두 속으로 파고드는 유형만 있는 건 아니라는 걸 알아요. 저 역시 먹고사니즘을 위해 굉장히 사회화가 된 내향인이니까요! 저를 얕게 아시는 분들은 제가 내향인이라는 이야기에 놀라기도 하세요. 하지만 밖에서 열심히 살아가다가도 혼자만의 시간으로 충전할 필요가 있는 게 내향인 같아요. 

‘난 왜 이렇게 모임이 어려울까?’라고 자책하기보다, 그럴 때 사용된 에너지를 충전하는 나만의 방법을 찾아내는 편이 몸과 마음 건강에 좋더라고요.
 적어도 저는 그랬어요. 제가 요리와 뜨개질에서 고요한 평온을 찾는 것처럼, 여러분 역시 자기만의 방법으로 평온을 찾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