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내향인 vol.03 


유튜버 <일간 소울영어> 

"혼자 몰입하는 시간이 주어지니 
저의 임계점을 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BTS, 블랙핑크, 오징어게임, 파친코, 등 자랑스러운 한국 창작가들의 해외 활동 소식을 발빠르게 전해주는 유튜브 채널이 있습니다. 해외 셀렙들 영상으로 쉽고 재미있게 영어를 알려주는 <일간 소울영어>인데요. 트렌드를 빠르게 읽는 감각과 편집 센스로 지난 몇 년간 무서운 기세로 가파르게 성장한 채널이죠.


<일간 소울영어>를 운영하는 레바 김은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언론학을 공부한 뒤 20년간 영어 강사로 활동했고, 대학원에서 상담 심리를 공부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그가 주목하는 것은 놀랍게도, ‘내향형 영어’입니다. 배우 최우식과 윤여정 등 연예인들의 사례를 통해 '내향형 영어'라는 개념을 처음 소개했고, 내향인에겐 조금 다른 영어 학습법을 제안합니다.


강남 유명 어학원에서 수십 명의 학생들을 가르치던 시절보다, 현재 방구석에서 조용히 몰입해 컨텐츠를 만들때 더 큰 만족감을 느낀다는 레바 김. 그를 보며 내향인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일할 때 더욱 빛이 난다는 생각이 더욱 또렷해집니다.  



내향형 영어를 분석한 다양한 콘텐츠




 강남의 유명 어학원 강사로 많은 사람들 앞에서 영어를 가르치셨어요. 사람들 눈에는 외향인으로 보였을 것 같은데, 보이지 않는 고충도 있었나요?



가장 큰 어려움은 학생수였어요. 강사에게는 수강생이 느는 것이 곧 그 강사의 능력을 증명하는 일이 됩니다. 흔히 1타 강사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한반에 100명 이상의 수강생을 모으는 사람들이잖아요. 수강생이 늘어나면서 한반에 30명 정도 강의를 할때 직업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떨어졌어요. 인정받고 있는 것이니 기뻐야 하는데 거꾸로 저한테는 전혀 행복한 조건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제대로 된 대화를 못나누는 강사가 혼자 많은 이야기를 해야하고, 수업에 집중을 못하는 학생이 한 두명이라도 있으면 계속 신경이 쓰이더라고요. 그러다보니 에너지도 쉽게 고갈되었어요. 어떤 강사들은 그런 상황에 별 영향을 받지 않고 즐기는 것 같아서 더 고민이 많았던 것 같아요. 나는 너무 소심한 거 아닐까. 대범하지 못해서 더이상 강사로서 클수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많았죠. 사람들이 사교성, 사회성을 외향성으로 많이 혼동하는 것 같아요. 저는 꽤 사교적인 사람이었지만 동시에 내향형이어서 제 성향을 스스로 잘 몰랐습니다.

학원에서 부원장직으로 몇 년간 일한 경험이 있는데 그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외향형인 상사들은 수많은 일들을 결정하고 계속해서 사람을 만나는 스타일이었죠. 저는 그들을 따라다니면서 일을 하고 진이 빠진채 퇴근하면 그때 미뤄둔 일들을 시작하는 기분이었어요. 새벽까지 집중해서 해야하는 일들을 처리하고 나면 다음날 낮에는 하루 종일 또 과도한 자극에 시달리며 끌려다녔습니다. 





✨ 코로나로 혼자 일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강사로 일 할 때와는 다르게 편안함을 느꼈다고 하셨어요. 어떤 점에서 편하다고 느끼셨나요?



제가 하루 중 언제 가장 행복한지 생각해보니 콘텐츠를 만들면서 몇 시간씩 한 자리에 앉아 몰입할 때랑 아이와 골목길을 산책할 때였어요. 머리 속에 있는 생각들이나 마음에 있는 감정들이 정리되지 않은 채 계속해서 사람을 만나면 아무리 재미있는 모임이어도 늘 잔이 넘칠 것 같은 아슬아슬 기분이 있었어요. 


반면에 혼자 일 하면서는 5시간씩 한자리에 앉아서 대본을 쓰고 아이디어를 고민하고 편집하는 제 자신을 보면서 좀 놀랐습니다. 진한 만족감이 있었어요. 그래서 제 스스로 적극적으로 저에게 맞는 근무환경을 찾아가고 만들어가야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제일 좋았던 건, 전에는 억지로 같은 분야 사람들을 만나야된다고 생각해서 모임에 나가도 일에 별 진전은 없더라고요. 그런데 혼자 계속 몰입하는 시간이 주어지니까 오히려 제 스스로 임계점을 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편집 기술도 제 손에 붙어서 빨라지고, 콘텐츠를 보는 저만의 관점도 점점 생겼어요. 2021년 1월부터 유튜브 활동에 몰두했는데, 1년 만에 구독자가 10만명이 되고, 곧 20만명이 넘는 걸 보면서 나다운 방식으로 일해도 된다는 허락을 받는 것 같아서 가슴이 떨렸어요.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일해도 게으른게 아니구나. 잘못한게 아니구나. 지금까지와는 다른 굉장히 의미있는 성취였어요. 나다운 방식이었으니까요.





✨ 유튜브를 시작하며 업무에 어떤 변화가 생겼나요? 현재의 활동에 얼마나 만족하세요?



전에는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출근하고 7시면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회화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피곤한 수강생들에게 활기찬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억지로 텐션을 끌어올려서 수업을 했죠. 영어를 가르치는 일을 좋아하면서도 체력적으로 소진된 느낌이 자주 들었어요.


반면에 지금은 저에게 가장 맞는 루틴이 생긴 느낌입니다. 지난 1년 동안 <내향형 영어의 비밀>이라는 책을 썼어요. 하루에 5시간 정도는 혼자 글을 쓰거나 영상 편집을 하고, 1시간은 통화하거나 이메일을 써요. 또 저녁 식사 후 1시간 동안 혼자 산책을 하면서 오디오북이나 팟캐스트를 듣습니다. 


이 단조로운 루틴을 통해서 생산적인 에너지를 얻고 있다는 것이 느껴져요. 때때로 전에 일하면서 ‘나만 이런가’ 싶고 버거웠던 기억을 떠올리면 지금 일상에 대해 깊은 감사를 느껴요. 그래서 협업 제의가 들어와도 제 루틴을 유지할수 있는 일이 아니면 고려하지 않고 있어요. 되도록이면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을 잘 지켜나가려고요.


<내향형들은 공감하는 영어할 때 특징 세 가지> 유튜브 영상



✨ 내향인만이 가진 강점이 있죠. 강사로 활동할 때와 유튜버로 활동할 때, 어떻게 장점이 발휘되었나요?



내향형으로서의 강점은 사람마다 다 다를 것 같아요. 저의 경우, 성격적으로 둥글둥글하거나 수더분한 것 같지만 남들보다 훨씬 예민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같은 문제에 대해 누군가와 대화를 할때도 훨씬 깊이 들어가고, 질문도 하고, 많은 생각을 하는 편이에요. 그런 점이 장점이기도 하고 단점이기도 하죠.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이나 욕구 등을 민감하게 느끼는 편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을 만나면 그런 것들을 무시할 수 없으니까 더 지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게 저한테는 콘텐츠를 만드는데 큰 자원입니다.




✨ 대면을 어려워하는 내향인에게 유튜브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을까요? 


광장으로 나가서 외쳐야만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던 시대가 있잖아요. 내 성향을 고려할만큼 다양한 채널과 수단이 존재하지 않았고, 방송국이든 회사든 메인스트림에 속하는 사람들이 선택한 방식을 따라야만 했던 것이 과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하고 싶은 말이 있더라도 내향형에게 넘어야하는 장벽이 높았죠. 


학창시절부터 “목소리가 작다” “더 크게!”라고 혼나며 컸지만, 유튜브에서는 속삭이듯 말하면 ASMR이라고 하죠. 그걸 좋아하는 사람들은 쭉 존재했던 거 아닐까요. 다만, 그걸 나누고 공유할 플랫폼이 없었던 것 뿐이죠. 유튜브가 준 다양성이 중요한 이유는 사람들이 각자 자신에게 맞는 방식으로 성취하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준거라고 생각해요.




✨ 상담 심리를 공부한 영어 강사라는 점이 흥미로워요. 심리를 공부하시며 '내향형 영어'에 대해 새롭게 배운 사실이 있나요?


내향형 자체를 염두에 두고 상담 심리를 전공한 것은 아니었어요. 학생들을 가르치고 교육하다 보니 마음과 교육이 하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영어를 20년 정도 가르치면서 계속해서 개인 학습자들의 내면의 욕구와 감정에 대한 관심이 유난히 컸던 것 같아요. 최근 10년 정도는 성인 회화를 가르쳤는데, 말하기 영역은 '언어불안'의 영향을 받고, 흔히들 그걸 '영어 울렁증'이라고 하죠. 


내향형들은 그저 자신감이 부족한 부류, 영어 울렁증이 심한 부류로 취급받기 쉽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런 시선이 내향형이 가진 부정적인 증상에만 더 집중하게 하고요. 큰 그림에서 그들의 성향의 특징과 그 장점까지 볼 수 있어야 내향형들이 영어 공부를 하면서 제대로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영어 학습에도 내향적 기질이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주목하고 계세요. 내향인을 위한 영어 학습은 어떻게 다른가요? 



우리 사회의 많은 것들이 외향성을 기준으로 하고 있어요. 영어 회화 수업도 마찬가지에요. ‘무조건 많이 말해봐라’, ‘실수하면서 배워라’식의 조언들은 외향형에게 효과적인 영어 공부법이에요. 이런 분위기에서 내향적인 사람들은 쉽게 영어 자신감이 없다 혹은 적극적이지 못하다고 치부되어 버렸고, 자기 성향에 맞는 영어공부법을 찾지 못하다보니 '영포자'가 되기도 쉬웠다고 생각해요. 


내향형이 영어공부할 때 가지고 있는 성향적인 강점들도 많아요. 하지만 내향형이 가진 미리 준비하고 대비하려는 태도나 세심함과 관찰력 등을 활용하는 공부법은 조명받지 못했잖아요. 나다움을 긍정할 때 영어공부를 꾸준하게 지속할 수 있는 힘도 생긴다고 믿어요.

 

<내향형 영어의 비밀>

그동안 우리는 왜 외향형처럼 공부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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