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향인만이 가진 강점이 있죠. 강사로 활동할 때와 유튜버로 활동할 때, 어떻게 장점이 발휘되었나요?
내향형으로서의 강점은 사람마다 다 다를 것 같아요. 저의 경우, 성격적으로 둥글둥글하거나 수더분한 것 같지만 남들보다 훨씬 예민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같은 문제에 대해 누군가와 대화를 할때도 훨씬 깊이 들어가고, 질문도 하고, 많은 생각을 하는 편이에요. 그런 점이 장점이기도 하고 단점이기도 하죠.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이나 욕구 등을 민감하게 느끼는 편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을 만나면 그런 것들을 무시할 수 없으니까 더 지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게 저한테는 콘텐츠를 만드는데 큰 자원입니다.
🟡 대면을 어려워하는 내향인에게 유튜브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을까요?
광장으로 나가서 외쳐야만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던 시대가 있잖아요. 내 성향을 고려할만큼 다양한 채널과 수단이 존재하지 않았고, 방송국이든 회사든 메인스트림에 속하는 사람들이 선택한 방식을 따라야만 했던 것이 과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하고 싶은 말이 있더라도 내향형에게 넘어야하는 장벽이 높았죠.
학창시절부터 “목소리가 작다” “더 크게!”라고 혼나며 컸지만, 유튜브에서는 속삭이듯 말하면 ASMR이라고 하죠. 그걸 좋아하는 사람들은 쭉 존재했던 거 아닐까요. 다만, 그걸 나누고 공유할 플랫폼이 없었던 것 뿐이죠. 유튜브가 준 다양성이 중요한 이유는 사람들이 각자 자신에게 맞는 방식으로 성취하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준거라고 생각해요.
🟡 상담 심리를 공부한 영어 강사라는 점이 흥미로워요. 심리를 공부하시며 '내향형 영어'에 대해 새롭게 배운 사실이 있나요?
내향형 자체를 염두에 두고 상담 심리를 전공한 것은 아니었어요. 학생들을 가르치고 교육하다 보니 마음과 교육이 하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영어를 20년 정도 가르치면서 계속해서 개인 학습자들의 내면의 욕구와 감정에 대한 관심이 유난히 컸던 것 같아요. 최근 10년 정도는 성인 회화를 가르쳤는데, 말하기 영역은 '언어불안'의 영향을 받고, 흔히들 그걸 '영어 울렁증'이라고 하죠.
내향형들은 그저 자신감이 부족한 부류, 영어 울렁증이 심한 부류로 취급받기 쉽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런 시선이 내향형이 가진 부정적인 증상에만 더 집중하게 하고요. 큰 그림에서 그들의 성향의 특징과 그 장점까지 볼 수 있어야 내향형들이 영어 공부를 하면서 제대로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영어 학습에도 내향적 기질이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주목하고 계세요. 내향인을 위한 영어 학습은 어떻게 다른가요?
우리 사회의 많은 것들이 외향성을 기준으로 하고 있어요. 영어 회화 수업도 마찬가지에요. ‘무조건 많이 말해봐라’, ‘실수하면서 배워라’식의 조언들은 외향형에게 효과적인 영어 공부법이에요. 이런 분위기에서 내향적인 사람들은 쉽게 영어 자신감이 없다 혹은 적극적이지 못하다고 치부되어 버렸고, 자기 성향에 맞는 영어공부법을 찾지 못하다보니 '영포자'가 되기도 쉬웠다고 생각해요.
내향형이 영어공부할 때 가지고 있는 성향적인 강점들도 많아요. 하지만 내향형이 가진 미리 준비하고 대비하려는 태도나 세심함과 관찰력 등을 활용하는 공부법은 조명받지 못했잖아요. 나다움을 긍정할 때 영어공부를 꾸준하게 지속할 수 있는 힘도 생긴다고 믿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