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내향인 vol.02


<사업가 허대리>

"내향인으로 태어난 것이 축복이라고 생각해요."



몇 해전부터 한국을 휩쓴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본캐’와 ‘부캐’, 그리고 '부업'과 'N잡'이죠. 직장인이었던 허대리는 허스키 가면을 쓰고 <N잡하는 허대리>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월급 외 부수입을 얻는 다양한 방법을 소개했고,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얻으며 몇 달 안에 약 20십만 명에 이르는 구독자를 모았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책 <N잡하는 허대리의 월급 독립 스쿨>을 출간해 다양한 수익 파이프라인에 대해 전해주기도 했죠.

그리고 약 3년 후, 허대리는 콘텐츠 마케팅 에이전시를 창업해 직장인에서 사업가로 변모했고, 그동안 시도했던 무수한 창업 경험을 녹여내 두 번째 책 <사업가를 만드는 작은 책>으로 돌아왔습니다.


Class 101 마케터로 근무하던 시절 드로우앤드류, 자청, 신사임당, 등 굵직한 인플루언서들을 다수 발굴했던 허대리는 트렌드에 대한 섬세한 감각을 보여주었습니다. 또, 그를 아는 이들은 차분함과 깊은 통찰력을 그의 최대 강점으로 꼽습니다. INFP인 허대리는 자신의 내향적 기질이 유튜버로서 또 사업가로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이 되었다고 믿으며, 내향인으로 태어난 것이 큰 축복이라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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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대리'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허스키 가면이에요. '허대리'라는 페르소나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 궁금해요. 


사실 처음엔 '직장인들을 한번 모아보자'라는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연봉을 올리는 방법이나 직장인들을 위한 팁을 다루려고 했죠. 유튜브 채널도 한 12개정도 만들어보고, 영상도 정말 많이 올려보았지만 별로 반응이 없었어요. 그러다가 월급 외 수익을 만드는 법, 투잡하는 방법에 대해 영상을 올렸는데 한 2주가 지나자 조회수가 5만이 넘고, 10만이 넘으면서 반응이 오기 시작했어요. 그때 깨달았죠. 사람들은 N잡이나 부업에 대해 더 관심이 많구나. 그렇다면 이런 주제로 더 뾰족하게 다루어보자고 생각해서 새로 브랜딩을 해보았어요.

이름도 구독자들 대부분 대리 직급이 많을 것 같아서 ‘허대리’라는 이름을 만들었고, 그때만 해도 가면을 안 썼거든요. 페르소나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것저것 찾아보다가 우연히 네이버에서 허스키 가면을 발견하게 돼서 바로 구매했어요.

사실 얼굴이 나오는 것이 부담되서 가면을 쓰기 시작한 건 아니었어요. 그런데 나중엔 깨달은 건, 굳이 얼굴이나 가면이 나오지 않아도 된다는 거에요. 보여지는 것에 신경을 쓰다보니 지속 가능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오히려 글과 말에 더 힘이 있기 때문에 바로 마이크를 켜고 녹음하는 것이 더 맞더라구요. 목소리와 컨텐츠 내용 만으로도 충분히 지속가능한 것 같아요.




✨ 직장인으로 일하던 시절, 내향인으로서 겪었던 고충이 있으셨나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수줍음이 많았지만 프리젠테이션 하는 걸 좋아했어요. 군대에서도 발표를 잘 해서 휴가도 많이 받았고, 창업을 하게 된 이유도 프리젠테이션을 좋아해서였어요. 대신 전제조건이 있었죠. 준비가 철저히 돼 있어야 했어요. 발표가 재밌었던 이유는 제가 짠 흐름대로 완벽하게 외워서 그 흐름대로 흘러갔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회사에서는 늘 그럴수가 없잖아요. 회의를 하다 보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즉흥적인 상황이 벌어질 때도 많고, 갑자기 저에게 사람들의 시선이 확 쏠리는 순간도 많죠. 그럴 땐 긴장이 돼서 말도 잘 안나오고, 땀이 난다거나, 갑자기 손이 차가워지는 등, 신체적인 증상들이 많이 나타나기 시작했어요. 점점 부담이 되면서 몸에 무리가 가고, 회의도 일부러 피하게 되더라구요.




✨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극복이 되셨다구요?


이제는 좀 극복이 많이 된 상황이에요. 저보다 엄청 대단한 사람들이 앉아 있어도 별로 기죽지 않는 것 같아요. 그냥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예전에는 높고 낮음의 기준을 어떤 성취나 나이, 연차, 등으로 맞췄다면 이제는 제 자신의 능력에 어느 정도 자부심을 갖게 되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어도 제가 경험한 걸 그 사람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으니까요. 제가 자신 있는 주제라면 말할 거리가 많고, 적어도 이 분야에 있어서는 상대가 저만큼 고민해보지 않았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겨요. 그만큼 전 그 주제에 대해서 많이 공부하고, 고민을 많이 하거든요. 나만의 전문성을 키우는 것이 자신감을 키우는 방법인 것 같아요.


발표에서도 마찬가지로 그 주제에 대해서 공부하면 할수록 마음이 편하죠. 그래서 누구를 만나야 되는 자리가 있으면 그 사람과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공부해가거나 준비를 철저히 하려고 해요.

 



✨ 내향적 기질을 활용해 성과를 내셨던 경험이 있으신가요?


'내향인' 하면 ‘예민하다’라는 단어가 항상 따라오잖아요. 예전에는 이런 점들이 저의 콤플렉스라고 생각했고, 고치고 싶어했어요. 부정적으로만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 제가 다니는 교회의 사모님께서 저의 내향적 기질이 좋은 성향이고, 그걸 활용했기 때문에 유튜브도 잘 할 수 있는거라고 말씀해 주시더라구요. 그때 처음으로 저의 기질이 좋게 사용될 수 있구나 하고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제가 보기에 내향인은 사람의 마음에 대해서 조금 더 관찰하고, 타인의 기분과 생각을 좀 더 고려하는 성향이 있는 것 같아요. 이런 점들을 유튜브 하면서 그리고 회사에서 커뮤니케이션 하면서 많이 활용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회사에서도 저를 좋아하는 동료들이 되게 많았어요. 왜냐하면 저는 단순히 일에 대해서만 이야기 하지 않고 사람에게 조금 더 신경을 쓰거든요. 일보다는 사람을 더 챙겼던 것 같아요. 그래서 동료들이 힘들 때 저를 많이 찾아왔고, 저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동기부여를 많이 얻고 돌아가곤 했어요. 퇴사하고 지금도 남은 인연이 많아요.


<연봉 꼴등 INFP도 부자가 될 수 있을까?> 유튜브 영상

✨ 내향적인 장점들이 유튜버나 인플루언서로 성장할 때에도 도움이 되었나요?


그런 장점들이 완전히 묻어났다고 생각해요. 상대방의 기분도 고려하고, 남의 눈치를 많이 보는 성격이 유튜브에서는 너무 좋은 장점이 되는거에요. 되도록 반론을 만들 만한 컨텐츠를 만들지 않고, 최대한 피해자를 만들지 않는거죠. 그래서 제 컨텐츠를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공통적으로 얘기해 주시는 게, 콘텐츠가 너무 착하고 순한 맛이라고 해주세요. 하지만 전 그러면서도 해야 할 이야기는 다 하거든요.

또 저는 생각을 굉장히 많이 하는 편인데 평소에도 계속 고민을 하다가 번뜩이는 순간이 와요. 사람들에게 좀 더 쉽게 설명할 수 있는 알맞는 비유를 찾는거죠. 그렇게 쉽게 설명해주면 되게 좋아해 주시더라구요.




✨ 허대리님의 MBTI인 INFP는 연봉 순위에서도 최하위권에 있다는 통계가 있었죠. 내향인도 돈을 잘 벌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맞아요, 내향적인 사람들은 확실히 기회를 덜 잡는 건 맞는 것 같아요. 기회라는 것 자체가 어쨌든 손을 뻗어서 기회를 낚아야 하는거니까요. 내향인들은 속으로만 낚아채고 행동에서는 조금 소극적일 수 있어요.

그렇지만 저는 행동이라는 영역이 외향인이어서 더 좋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왜냐면 행동이 많아도 헛수고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사격으로 비유를 하자면 외향인들은 일단 많이 발사하고 보지만, 내향인은 좌표에 맞춰 신중하게 조준해나가는 과정을 거치죠. 결국에는 정확하게 쏘는 게 중요하니까요. 또 내향인들은 ‘이게 왜 실패했지?’라고 스스로 검토해보면서 조금씩 과녁 안으로 맞춰나가는 과정을 잘해요. 무조건 많은 시도를 한다고 해서 성공하는 건 아니니까요.




현재 의기소침해 있는 내향인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씀 있으세요?


내향성을 가진다는 건 너무 큰 축복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다시 태어나도 내향인의 삶을 선택하고 싶어요. 대신 방향을 잘 틀어줘야 해요. '나는 내향적이라서 이래'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아니라, '난 내향적이니까 이걸 잘할 수 있네'라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틀어줘야 해요. 나 스스로의 기질을 미워하지 말고 믿어주는 것밖에 방법이 없어요. 나를 미워해서 뭐 어쩌겠어요.

자신이 가진 기질이 축복이라고 여기는 태도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결국엔 자기가 믿는 대로 살게 되고 또 삶을 영위하게 되기 때문에,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이 긍정적으로 바뀌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내향인들은 누군가를 실망시키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하는데 "과감하게 실망시켜라"고 말하고 싶어요. 저도 사업하면서 클라이언트를 실망시키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있고, 약속했던 걸 못 지키는 경우도 많이 있어요. 하지만 아무리 조심한다고 해도 누군가를 실망시키게 되는 경우가 많잖아요. 어떻게 살면서 그걸 다 지키면서 살겠어요. 세상이 무너지지도 않고요. 시간이 지나면 회복이 되거나 다른 식으로 보상이 될테니 관계의 완벽함을 추구할 필요도 없고, 실망시켜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어요.